당신의 하늘엔 별이 몇개인가 / 양애희
정녕 당신이 그리운 날엔
유산된 기억이 돋아나
비릿한 비명으로 발기된 욕망
은사시나무 아래 축축한 이별을 볶는다
분명 잘못 날아와서
은밀한 혀 끝에 맴돌고
염탐의 무릎을 세우고
만나는 가슴마다 들쑤신다
흐르지 않는 그리움에도
베토벤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불면의 벌개진 눈알에도
낙태된 살떨림이 나부낀다
기억을 남기려고 사랑한 건 아닌데
사랑하다가 돌아선 자리엔 하얀 눈이 쌓이고
정지된 기억의 밑둥에 도착하지 않은 설레임
당신이 없는 자리에도 당신의 기억에로 깊이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