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늙은 사내의 봄맞이

홍종흡 2019. 4. 9. 16:02


늙은 사내의 봄맞이      -홍종흡-


봄바람에 날리듯 가녀린 허리에는

진달래꽃 분홍 치마

꽃봉오리 봉긋 솟은 앞가슴에는

개나리 금빛 노랑 저고리


꽃샘바람 불 듯 가쁜 숨 내쉬며

잰걸음으로 달려온 봄 여인 


잔잔한 호수에 입맞춤하려는 듯

버들가지 손가락 길게 뻗어

잔물결에 살짝 담가보는 봄 여인


나들이 나온 금붕어 은 붕어들

둥근 입술 쫑긋 분홍치마 따라오면

반가워 방긋 웃어주는 봄 여인


목련꽃 아래 무명옷 갈아입고

씨앗 뿌려 밭갈이 가는 늙은 사내

올봄에는 봄 여인 만나 사랑하려나


굳은 결심으로 땀 흘려 일하는데

짓궂은 꽃샘바람 다가와 하는 말

헛꿈 꾸지 말고 밭이나 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