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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선짓국

홍종흡 2020. 8. 1. 20:10

 

시래기 선짓국               -홍종흡-

 

더위에 지쳤는지 시장기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맛비에

누울만한 곳도 온통 눅눅하다

 

한 달 동안 먹고살라는 생계비가

동전 몇 개 합쳐 삼천 원 좀 남았다

국수 한 묶음 사면 한 삼일 먹는데

끼니때마다 먹으려니 질린다

 

오늘은 오일장이라니 국밥집 가서

삼천 원짜리 시래기 선짓국이나 먹고

오백 원에 막걸리 한잔 그냥 주면

받아 마시고 편하게 잠들고 싶다

 

내일이 오지 않은들 무슨 상관있나

차리리 안 오면 더 좋겠다

천년 만년지나 다시 밝아오면

그때에는 나도 다시 피어나고 싶다

 

아름답고 작은 들꽃으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