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김장 배추

홍종흡 2020. 11. 22. 00:03

 

김장 배추                               -홍종흡-

 

오늘은 소설 김장하는 날

흰 속살 배추 쭉쭉 쪼개 갈라서

큰 딸 좋아하는 속 김치 담글까

작은아들 좋아하는 백김치 담글까

아니야~ 영감이 좋아하는 겉절이 담글 거야

 

백옥 같던 할멈 손 시집살이 물에 젖더니

이제는 갈대처럼 굵은 힘줄 불거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소나무 옹이 닮아가는구나

올 겨울에는 할멈의 따스한 정성으로

김치 포기마다 새콤달콤 할멈 사랑 익어가겠네

 

오늘은 소설 김장하는 날

국화꽃 피던 화단을 깊게 파 볏짚 깔고

가마니 둘러 김칫독을 묻어주고

매워 화끈대는 할멈 손을 식혀줘야겠다

깊은 겨울 밤 할멈이 잠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