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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푸념

홍종흡 2022. 6. 15. 03:02

 

마른장마  푸념                     -홍종흡-

 

비야 비야~! 언제쯤에나 내릴 거니~?

갈라진 논바닥이 내 손바닥 같다 얘~!

앞 뜰에 심어 정성 다해 키운 감나무

시들기에 딸네 보냈는데 살았다니~?

 

딸년 오면 쌈이나 먹자고 해야겠다

햇보리밥에 묵은 된장 얹은 상추쌈

햇감잣국도 곁들이면 맛이 더 좋다 

가물었는데도 햇감자가 들었다니~?

 

밤톨만큼 작아도 멸치 풋고추 넣고

껍질 채 간장에 조리면 먹을만하여

어릴 적에 누나가 곧잘 만들었는데

이렇게 더운 날 누나는 뭘 한다니~?

 

땀 흘려 고생만 하다가 시집가서는

잘 살지도 못하고 병 얻어 애만 쓰다

한여름 장마철에 하늘로 올랐다고

가슴에 한이 맺혀 울지도 못한다니~?

 

아마도 울면 가랑비 되어 내렸을 걸

햇보리밥에 상추쌈 감자조림 놓고

하늘 높이 누나가 올라간 곳을 향해

손 모아 기우제라도 올려야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