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밤나무 아가야

홍종흡 2022. 7. 6. 00:17

 

밤나무 아가야          -홍종흡-

 

잘 잤니? 내 딸 같은 아가야~!

어젯밤에 소낙비 내리더니

잎새가 하나 더 늘어났구나

 

보름 전 네 꽁지머리 끝에 난

하얀 새싹 눈을 마주하고선

큰 눈 세 개를 골라 심었단다

 

두 개만 싹이 올라왔는데도

얼마나 예쁘고 반가웠던지

나의 소망이 하나 더 피더구나

 

해가 바뀌어 내년 후년 지나

네가 대여섯 살 너머 자라면

내 나이도 여든셋이 된단다

 

시집갈래~! 졸라대던 딸처럼

너도 밤꽃 향기를 꼭 안으면

동글동글 사내아이 낳을 거야

 

어서어서 내 딸처럼 자라거라

네가 낳을 사내아이 예쁜 딸

내 손으로 받아 안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