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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극장

홍종흡 2025. 5. 26. 20:32

 

하늘극장                    -홍종흡-

 

아직 구십리는 더 가야 할 걸

돌아갈까~ 좀 쉬었다 갈까?

겨울눈 몇 번 더 맞아야 하나

 

그러고 보니 도착한 것 같네

저 언덕만 오르면 하늘극장

처음 와 보니 낯설기만 하네

 

널찍한 바위에 삼베자리 펴

먼저 온 친구들과 한잔하고

선녀들 손잡고 연기해 볼까

 

아들아~! 불러도 모르는 듯

윗목에 차려놓은 산해진미

술 세말 홍동백서 감소고우

 

세 푼 가져와 두 푼 남았네

입장료가 올랐으면 어쩌나

두 푼에 들여보내주지 않나?

 

입장할 때 홀랑 옷 벗긴댔어

어느 것도 지닌 채 입장 불가

그래서 혀 밑에 숨겨 온 거야

 

걸리면 다시 돌려보낸다네

겨울눈 백 번 더 맞고 오란대

눈 백 번 맞으면 난 어찌 될까

 

정마저 빛바래

알아보는 이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