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선짓국 -홍종흡-
더위에 지쳤는지 시장기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맛비에
누울만한 곳도 온통 눅눅하다
한 달 동안 먹고살라는 생계비가
동전 몇 개 합쳐 삼천 원 좀 남았다
국수 한 묶음 사면 한 삼일 먹는데
끼니때마다 먹으려니 질린다
오늘은 오일장이라니 국밥집 가서
삼천 원짜리 시래기 선짓국이나 먹고
오백 원에 막걸리 한잔 그냥 주면
받아 마시고 편하게 잠들고 싶다
내일이 오지 않은들 무슨 상관있나
차리리 안 오면 더 좋겠다
천년 만년지나 다시 밝아오면
그때에는 나도 다시 피어나고 싶다
아름답고 작은 들꽃으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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