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고구마처럼 -홍종흡-
어스름 해질 무렵
찬 바람이 불어와 가슴속으로
할멈 대신 파고들면
온기 없는 방바닥을 쓸어 만져본다
아침 화로에도 냉기만 서려
솔나무 가지 삭정이 한아름 안아다
아궁이에 군불 지펴 후후 불며
매운 연기에 젖은 눈가를 닦는다
군불 지필 때면 늘 그랬듯이
고구마 대 여섯 개 불속에 던져 넣고는
옹이가 불거진 부지깽이로 헤쳐가며
불꽃을 키우고 온기로 가슴을 녹인다
상념에 잠겨 불꽃 바라보다가
숯불이 된 덩어리를 화로에 담아
방 윗목에 밀어 놓고
잘 익은 고구마를 툭 쪼개 벗긴다
따끈한 노-란 속살에서
젊은 날에 할멈처럼 입김이 뿜어 오른다
한입 물고 배시시 웃는 할멈 모습에서
세상에 더 없는 영감이란 표정을 본다
매년 찾아오는 긴 겨울밤을
할멈과 영감은 그렇게 살며 익어왔다
따끈한 군 고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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