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봄 / 동목 지소영
3번 국도 아래
봄은 비포장도로로 옵니다
몇 삽의 고요를 퍼 올리며
이따금 민들레 몇 대씩 지나가고
먼지 뒤집어 쓴 시간은 정거장마다 갈아탑니다
도보로 바짝 따라 붙는 아지랑이
당신은 또 왼손으로 사랑을 씁니다
설명도 없이 봄이 옵니다
허공을 기어오는
저 푸른 발음기호
목도 못 가누는 풀씨를 추스르며
아직 읍내는 서툽니다
물이 섞여
묽어진 약속에
인부도 못자국도 없는
아직은 공사중인 봄
해마다 봄을 타는 건
오른손을 잘 쓰지 않는
당신의 오래 된 버릇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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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글쓴이 : 동목 지소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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