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창문 -홍종흡
짧지 않은 세월 살아오면서
깎고 다듬어 만든 창문 하나
내 마음속에 있다
유리 없이 하늘처럼 해맑은 창문
나는 창문으로 세상을 본다
봄날에는 을순이 닮은 민들레꽃
여름에는 누나 닮은 백합꽃
가을에는 소리 내어 우는 낙엽들
겨울에는 엄마 손등 위에 날리는
함박눈 꽃송이도 본다
엄마 얼굴에는 서러운 빛이 있다
유리창에 입김 서리듯 배어 나오는
엄마의 하얀 미소는
찰랑찰랑 눈가에 고여 맴돌다가
또르륵 굴러 옷깃을 적신다
들릴 듯 말 듯 들려오는 소리
눈물에 젖어 끊어지는 소리
명주 실낱같은 엄마의 숨소리
하얀 밤- 달려나가 끌어안는다
눈 쌓인 엄마 손이 차가워 아리다
나는 늘 세상을 내다본다
해맑은 나의 창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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