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속에 얼굴 -홍종흡
하얀 도화지처럼
머릿속에는 남은 게 없다
그래도 기억해보자
꼬불꼬불 명주실 같은
여인의 윤곽을 따라가 보자
눈은 아름다웠을까
내가 보고 싶어 눈물도 흘렸을까
코는 마늘쪽 닮아 오뚝했을까
붉은 입술은- 두 뺨은-
접시꽃 닮아 화사했을까
언제였을까
헤어지는 마지막 밤을
가슴을 맞대어 뜨겁게 뜨겁게
서러운 이별 아쉬움 달래며
눈물로 긴 밤을 새웠을까
기억 속 도화지 위에
점 점 점- 눈물방울이
별 모양을 그리며 떨어진다
글썽글썽- 원망스러운 듯
하얀 얼굴이 내 목을 감싸 온다
아름답다 - 누구일까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얼굴
먼 옛날- 어느 간이역에서
나를 버려둔 채 가버린
내 여인의 얼굴일까
그 여인도 나처럼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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