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더위 -홍종흡-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찌는 듯 쏟아지는 햇볕은
말할 수 없는 무한 더위다
호수 한 바퀴라도 걷고 싶어
시작이 반이란 명분으로
죽을힘을 다 해 걸어 본다
땀인지 물인지 젖어 내린다
늙은 어미 소의 눈물처럼
골진 이마에, 가슴에 흐른다
올해 이 더위가 지나간다고
내년에 올 더위가 안 올까
앞으로 열 두 번도 더 올 텐데
푸념하지 말고 반겨야겠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추억
연꽃에 앉은 바람 같은 세월
어느새 영감의 흰 머리에도
꽃잎 지듯 앉다가는 바람
굳이 할멈 곁에만 머무는데
눈치 없이 흐르는 땀방울은
숨 가뿐 할멈의 입김인가
낭만적인 영감의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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