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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바람

by 홍종흡 2020. 5. 18.

 

오월 바람                   -홍종흡-

 

고가 차도 밑에는

일 년 내내 바람이 분다

 

꽃잎이 피어날 때는

사정없이 차갑게 때리던 바람이

오월로 들어서자

청보리 수염에 금빛 물들이고

 

고가 밑 늙은이들 모인 자리에

초여름 뜨거운 바람 불어대니

핏대 오른 늙은이 장기판 두드리고

판 돈 잃은 한숨 소리만 들린다

 

이미 다 사그라진 인생인데

무슨 낙이 있고 미련이 있을까

고가 밑에 모인 얼굴들 중에는

어제 왔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오월 바람을 따라갔을까

내일은 또 어느 얼굴이 따라가려나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오월에

바람 따라갈 수만 있다면야~

 

해질 무렵- 기다리는 이도 없는 데

그래도 집이라고

쪽방 찾아 들어가는 늙은 얼굴들

창문 너머로 희끗희끗 어른거린다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오월 바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가 밑으로 달려와

장기판 위에 얼굴 하나를 찾는다

 

고가 넘어 함께 갈

삶에 지쳐버린 애절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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