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사내 -홍종흡
물끄러미 바라본 곳에 황금빛 지폐 한 장
할멈 지갑에서 입술처럼 내밀고 있다
동그라미가 네 개 그려진 신사임당 그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할멈 닮은 돈이다
슬쩍 뺄까- 말까- 빼내서 기원으로 가면
내기 바둑으로 잃었던 오만 원 찾겠는데
차라리 복권을 사면 말년에 팔자 피려나
어떻게 할까- 눈 딱 감고 얼른 빼고 보자
어차피 난 속물 인간- 할멈에게 선심 쓰는 척
엄청 좋아하는 칼국수로 외식하자 해볼까
칼국수에 술 한잔해도 오천 원이 남는데
에이- 퉤퉤~ 복권 한 장 사면 딱 맞겠네
당첨만 되면 동그라미가 여덟 개 붙으니
얼씨구 좋다~! 천국이 이보다 더 좋을까
벌거벗은 채 할멈을 등에 업고
종로 한복판을 백 번 뛰라 해도 뛰겠네
나는 천박한 속물 인간
동그라미 속에 빠진 사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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