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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동그라미 사내

by 홍종흡 2020. 5. 3.




동그라미 사내             -홍종흡-


물끄러미 바라본 곳에 황금빛 지폐 한 장

할멈 지갑에서 입술처럼 내밀고 있다


동그라미가 네 개 그려진 신사임당 그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할멈 닮은 돈이다


슬쩍 뺄까- 말까- 빼내서 기원으로 가면

내기 바둑으로 잃었던 오만 원 찾겠는데


차라리 복권을 사면 말년에 팔자 피려나

어떻게 할까- 눈 딱 감고 얼른 빼고 보자


어차피 난 속물 인간- 할멈에게 선심 쓰는 척

엄청 좋아하는 칼국수로 외식하자 해볼까


칼국수에 술 한잔해도 오천 원이 남는데

에이- 퉤퉤~ 복권 한 장 사면 딱 맞겠네


당첨만 되면 동그라미가 여덟 개 붙으니

얼씨구 좋다~! 천국이 이보다 더 좋을까


벌거벗은 채 할멈을 등에 업고

종로 한복판을 백 번 뛰라 해도 뛰겠네


나는 천박한 속물 인간

동그라미 속에 빠진 사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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