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장의 공 돈 -홍종흡
여보게ㅡ 촌장~! 누가 돈 달라고 했나?
돈 달란다고 다 주고 나면
장차 이 마을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남겨 줄텐가?
마을 빗만 잔뜩 걸머지게 해 놓고
장차 그 빗을 갚으면서 살라고 할 텐가?
이 마을을 책임지는 촌장이 돼가지고
이걸 생활설계라고 내보이나?
참 정신 빠진 촌장일세~!
이러니까 우리 젊은이들이 일을 안 하지
일 안 해도 밥 먹여주고 배곯지 않으니까
편하고 쉬운 일 만 하려는 게 아닌가?
마을에 공장이든 농촌이든 나가 봤는가?
힘든 일은 모두 우리보다 못 사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와서 일하고 있네
언제부터 우리 마을이 잘 살았다고 이러나?
옛날부터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해서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 살아왔기에
220개 마을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
잘 사는 부자 마을이 되었지 않은가?
이제 겨우 살만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돌림병이 마을에 들어왔다 하여
분별없이 마을 곡간을 열고 금고를 열고
곡식을 퍼내고 돈 퍼 돌리니
우리 마을에서 누가 공 돈 달라 했나?
공 돈 그냥 주면이야- 좋다고 받아 쓸 테지만
그 많은 돈 다 주고 금고에 돈 떨어지면
다른 마을에서 빗내다 먹일 텐가?
요즘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눈여겨봤나?
건너 마을에서 우리 마을에 불법을 저질러도
오히려 우리 마을이 잘못했다고 떠들고
건너 마을의 불법을 대변해주고 있네
이래 가지고 서야 마을 꼴이 뭐가 되겠나?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굳은 마음으로
우리 마을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 하게끔
젊은이들 교육에 힘써야 할 걸세
자네는 이 마을의 촌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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