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뻐꾸기 -홍종흡-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낳고
뱁새는 뻐꾸기에 속은 것도 모르고
자기 알 인양 부화시켜 키우는데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리고
혼자서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이 시대의 인간들 중에는
뻐꾸기를 닮은 인간들이 참 많다
그들은 뱁새처럼 성실한 사람들을
겁박, 위조, 사기 쳐 횡령하고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야말로 뻐꾸기 같은 인간들이다
근자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뱁새들의 보금자리를 힘으로 뺏고
힘없는 소수의 뱁새들을 괴롭힌다
이 못된 뻐꾸기들 어찌하면 좋을까
제 것도 아니면서 막강한 권력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한 뱁새들에게서
세금으로 거둬들인 먹이와 재물을
모든 뱁새들에게 선심 쓰듯 준다니
나눠 주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온 겨레 뱁새들이 다시 배고파 울면
남쪽 제비네서 구걸해다 먹일 텐가
서쪽 올빼미네서 빌려다 먹일 텐가
철새 따라 뻐꾸기들 가버리고 나면
남은 뱁새들은 그 빚을 어찌 갚을까
인간 뻐꾸기들아~! 핑계 대지 말고
다시는 이 땅으로 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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