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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추석빔 고무신

by 홍종흡 2020. 10. 1.

 

 

추석빔 고무신                 -홍종흡-

시골 간이역에도 가을바람이 분다

며칠 전부터 엄마를 기다린 사내아이

오늘도 기다리다 들어간다

 

새 고무신 사 온다던 엄마는 오지 않고

막차 떠난 간이역에서 서성이다가

쓸쓸히 돌아가는 열세 살 사내아이

 

추석에는 꼭 새 신을 신고 싶은 마음에

꿈속을 달려 다시 역에서 기다리는데

등 뒤에서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아이 앞에 엄마가 내민 밤색 고무신

아이는 코를 눌러보고 귀에 대보고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다가

 

싸늘한 아침 바람에 눈을 뜨고선

중얼거리며 일어나 무엇을 찾는다

내 고무신~!  내 고무신~!

 

추석날 아침 창가에 햇살이 밝아도

사내아이에게는 그저 서운한 날일 뿐

물 새는 고무신을 다시 들여다본다

 

바람에 날리던 머리카락이 어느덧 

무서리 내린 듯 하얘진 사내아이가

이제 일흔다섯 번째 추석을 맞는다

 

밤색 고무신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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