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빔 고무신 -홍종흡-
시골 간이역에도 가을바람이 분다
며칠 전부터 엄마를 기다린 사내아이
오늘도 기다리다 들어간다
새 고무신 사 온다던 엄마는 오지 않고
막차 떠난 간이역에서 서성이다가
쓸쓸히 돌아가는 열세 살 사내아이
추석에는 꼭 새 신을 신고 싶은 마음에
꿈속을 달려 다시 역에서 기다리는데
등 뒤에서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아이 앞에 엄마가 내민 밤색 고무신
아이는 코를 눌러보고 귀에 대보고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다가
싸늘한 아침 바람에 눈을 뜨고선
중얼거리며 일어나 무엇을 찾는다
내 고무신~! 내 고무신~!
추석날 아침 창가에 햇살이 밝아도
사내아이에게는 그저 서운한 날일 뿐
물 새는 고무신을 다시 들여다본다
바람에 날리던 머리카락이 어느덧
무서리 내린 듯 하얘진 사내아이가
이제 일흔다섯 번째 추석을 맞는다
밤색 고무신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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