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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말이 멍석

by 홍종흡 2020. 10. 14.

 

말이 멍석                         -홍종흡-

 

말이 멍석을 굴려 펴는 늙은 손

혼자서 중얼거린다

긴 장마에 참깨마저도 영글지 않았으니

털면 겨우 서너 말 정도밖에 안될 거야

 

이제는 이 멍석이 무거워 힘에 부치네

그래도 장가갈 때 할아버지가 내 준 건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구멍이 많이 생겼네

구멍 몇 개는 꿰매 막고 깨를 털어야겠어

 

신작로에 재작년 그러께 생긴 방앗간

이름이 "삼천리 떡방앗간"이래

기름은 잘 짜주려나

<너무 볶지 말고 노르스름하게 짜주슈~!>

 

한 서른 병 나오면 딸네 세병 주고

다섯 병은 팔아서 할멈 신발 사주고

두병은 팔아서 손녀딸 강아지 사주고

열병은 팔아서 멍석을 새로 살까 봐

 

새로 사면 앞으로 몇 년이나 쓰게 될까

그래도 한 오 년은 잘 쓰고 가야 할 텐데

나 가고 나면 할멈이 멍석을 잘 다루려나

너무 힘들어 깨 농사는 하지말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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