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멍석 -홍종흡-
말이 멍석을 굴려 펴는 늙은 손
혼자서 중얼거린다
긴 장마에 참깨마저도 영글지 않았으니
털면 겨우 서너 말 정도밖에 안될 거야
이제는 이 멍석이 무거워 힘에 부치네
그래도 장가갈 때 할아버지가 내 준 건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구멍이 많이 생겼네
구멍 몇 개는 꿰매 막고 깨를 털어야겠어
신작로에 재작년 그러께 생긴 방앗간
이름이 "삼천리 떡방앗간"이래
기름은 잘 짜주려나
<너무 볶지 말고 노르스름하게 짜주슈~!>
한 서른 병 나오면 딸네 세병 주고
다섯 병은 팔아서 할멈 신발 사주고
두병은 팔아서 손녀딸 강아지 사주고
열병은 팔아서 멍석을 새로 살까 봐
새로 사면 앞으로 몇 년이나 쓰게 될까
그래도 한 오 년은 잘 쓰고 가야 할 텐데
나 가고 나면 할멈이 멍석을 잘 다루려나
너무 힘들어 깨 농사는 하지말래야겠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