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홍시 -홍종흡-
책 보자기 등에 메고 교문을 나와
필통 소리 딸랑딸랑 달려온 나에게
누나가 기다린 듯 내 민 홍시 하나
금세 손바닥 위에서 터질 것 같아
얼른 한 입 크게 물어 꿀꺽 삼키고
두닙 세입 후루룩 빨아들여마시니
급하게 팥죽 퍼먹은 개구쟁이처럼
감 물이 사방 흘러 번진 내 입술을
행주치마자락 접어 닦아주던 누나
홍시 팔아 그림물감 또 사 줄 테니
예쁘게 누나 얼굴 좀 그려보라고
홍시처럼 복스럽게 웃어주던 누나
올 가을에는 잊지 말고 누나 묘소에
잘 익은 홍시 하나 놓고 와야겠다
하늘나라에 가서 맛이나 봤으려나
홍시처럼 고운 얼굴 우리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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