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암자 -홍종흡-
산 모퉁이 둥글게 돌아 올라가면
백개도 넘을 법당 안에 꽉 들어찬 이름표들
밤새도록 누구와 이야기를 할까-
앞에 놓인 촛불들이 대답 하 듯 하늘거린다
어릴 적 어느 날
할머니가 아주 먼 곳으로 돌아가셨다기에
어린 마음에 언뜻 생각했다
할머니가 산 모퉁이를 돌아가셨구나 하고-
한평생 살다가 힘들어 더는 살 수 없을 때
쉴 곳 없어 돌아가는 곳이 그곳이라며
모두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으면
산모퉁이를 돌아 그곳으로 올라간단다
나도 할머니가 보고 싶어 올라가 봤지만
할머니는 볼 수없어 늘 동자승과 놀았다
그곳은 이다음에 나도 올라가는 곳이란다
어제 만난 듯 반겨주는 수많은 이름표들
낯설지 않은 고향에 작은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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