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 새겨진 발자국 -홍종흡-
눈 내리는 하얀 밤이면
난 그녀의 발자국을 찾는다
하얀 눈 빛에 아른거리는 영상
늦은 밤 간이역에서
마지막 말도 없이 가버린 그녀
외길에 남겨진 발자국마다
형광물질이 배어 나온 듯
연두색 빛깔이 젖어 오른다
대설이 지났는데도
눈은 내리지 않는 긴 겨울밤
그래도 눈이 기다려지는 것은
연둣빛 발자국이 보일 것 같아
젊은 날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그녀를 따라가고 싶어서일까
내일은 눈이 내리겠지
눈이 내리면
그 간이역에도 외길이 날 텐데
누가 또 그 외길을 걸어갈까
혹여 그녀가 돌아와
자기의 발자국을 지우려 찾아올까
이미 지워진 발자국인데
또 다른 형광빛은 누구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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