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호수 -홍종흡-
어릴 적에는 넓은 호수를 가슴에 품고 싶었는데
세월 따라 늙어가면서 자꾸만 작아지더니
이제는 너무 작아져서 누가 들어올 틈도 없다
세상사 거슬리는 것들을 보면 참지 못해 소리치고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지능지수가 두 자리인 듯
늙은 염소처럼 해해거리며 소리 내 웃는다
종종 호숫가를 돌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잘못 살아온 기억들만 떠올라 늘 가슴이 무겁다
좀 잘 살아보려 애써도 세상일은 그리 녹녹지 않다
오 년 전, 건널목 사고로 차에 치지만 않았어도~
안타까워 화가 치밀어 죽이고 싶도록 미운 것도
아마 카인의 후예라서 일 게다
그 넓은 호수에 떼 지어 날아드는 철새들을 보면
나도 전생에 기러기였을 거란 생각에 날갯짓하듯
팔을 휘둘러보지만, 그러기엔 난 체구가 너무 작다
그러면 난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호숫가를 한 번 더 돌면 알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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