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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의 행복 나이

by 홍종흡 2025. 5. 5.

 

과부의 행복 나이                        -홍종흡-

 

너무 오래 살았어

친구 녀석 갈 때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이십여 년 전 ㅡ할멈이 은근히 귀띔해 줬다

 

여자는 나이 오십에 과부가 되면

복권 맞은 것처럼 행복한 기분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남자는 돈 없이 나이 오십에 홀아비 되면

구제불능으로 앞날이 캄캄해진다지?

 

요즘세상에 여자는 참 편리하게 산다

늙어지면 여자는 남자성격으로 변하고

남자는 여자성격으로 변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외로움에

혼자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아침밥상을 받았다

어제, 그제도 고기반찬ㅡ오늘도 똑같다

시원한 봄쑥국에 봄나물이 먹고 싶었는데

매일 같은 것이니 안 먹으면 쏟아버릴 것 같아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창문 맞은편 벽걸이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참 재수 없을 만큼 못생긴 나의 꼬락서니

작은 키, 주름투성이, 주근깨, 건성피부

항아리 배, S자로 휜 허리, 철심박은 오다리

남자답다거나 귀여운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

 

불현듯 할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몰골을 매일 보면서 함께 늙었으니

진작에 나이 오십에 과부가 되었더라면

다시 한번 팔자를 고쳤을 텐데~ 불쌍해 

참 복도 없는 여자라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할멈이 별안간 소리를 버럭 지른다 

<밥 먹다가 뭔 생각을 그리도 하는감?

죽은 시에미가 살아 돌아온답디까?

어서어서 먹고 설거지 깨끗이 해놔요 잉~?

성당에 다녀올랑께~!> 

 

밥맛이 싹 달아났다

좁쌀만 한 정도 다 떨어졌다

나이 오십에 과부가 못돼서 신경질이 생겼나?

지금이라도 과부가 된다면 나쁘지는 않을 게야

여태껏 구경 한 번 못해본 콜라텍도 갈 수 있으니

 

내가 더 늙어 날 받아놓고 기저귀 차고 누워있으면

그 웬수를 어떻게 한담~! 

요양원 보낼 돈도 없는데, 할멈만 고생하게 될 게야

벌써 새벽 2시인데 하느님은 왜 아직도 안 오시나

거짓말로 데리러 오신다 했나?  어떻게 하지?  

 

할멈의 새벽만 밝아오고

나의 새벽은 밝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갑에 용돈이 아직 이십만 원 남았는데

할멈 지갑에 넣어줘야겠어

이 정도면 콜라텍에 가서 한번 돌 수 있을 게야

그런데 할멈이 무릎 아파 돌 수나 있을지 몰라 

내가 너무 고생시켰어 

 

미안해 할멈 ~!  다음 세상에서는

멋진 남자, 부자 남자 만나길 바래

없으면 내가 소개해줄 게

마음에 안 들면 ㅡ 나를 다시 데려가 살던지

기다려봐~  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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