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내사랑 -홍종흡-
얼굴에 다가와 물들이는 노을빛이
막걸리 퍼마신 주정뱅이 같지 않소?
오늘도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몸뚱어리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게
담금질 한 쇳덩이처럼 뜨겁구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젊었던 시절에
우리 식구 살아온 얘기 들어보겠소?
하루 일당 받아 밀가루 한 봉지에
단무지 몇 개 사 들고 수제비 끓여
저녁 끼니로 살아온 찌들은 가난에
고생하던 엄마 누나 형들 다 갔는데
떠나지 못한 나만 이렇게 남아 있소
오늘따라 노을빛 그대가 입술 열어
그래도 나는 잘 살은 편이라- 하니
농담 같은 그 말을 믿어도 되겠소?
누구도 알 길 없는 내 몸뚱어리는
허구한 날 이렇게 천근만근 아픈데
하소연할 데 한곳 없는 내 인생을
노을빛 그대가 짐작이나 하시겠소?
수수 막걸리나 한잔 더하고 가겠소
수평선 넘어 그대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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