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가을꽃 -홍종흡
어쩌다 이렇게 힘겹게 생겨났나
아기 손처럼 작은 싹으로 나와
겨우 어른 손만큼 자라났는데
짝꿍 바람마저도 나를 버리고
짝꿍이 늘 좋아했던 내 노래를
넓은 오선지 잎새에 그렸는데
내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한 번쯤은 불러도 주고
잘 자란 내 모습 보여도 주고
부디 잊지 말자 말해야 하는데
한 보름 동안 얼굴에 입술에
노란빛 붉은색 곱게 물들이면
너무 아름다워 짝꿍이 반길까
홀로 밤새워 낙엽 소리 듣는
늙은이의 오두막집에도 들러
귀뚜리랑 내 노래를 들려주고
그러다가 또 보름쯤 지난 뒤
고운 빛들 모두 사라지고 나면
아주 먼 곳으로 길 떠나야지
가을바람이 일러주는 대로
서러워도 떠나야만 하는 나는
낙엽 지는 떡갈나무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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