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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떡갈나무 가을꽃

by 홍종흡 2019. 10. 24.



떡갈나무 가을꽃         -홍종흡-


어쩌다 이렇게 힘겹게 생겨났나


아기 손처럼 작은 싹으로 나와 

겨우 어른 손만큼 자라났는데

짝꿍 바람마저도 나를 버리고


짝꿍이 늘 좋아했던 내 노래를

넓은 오선지 잎새에 그렸는데

내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한 번쯤은 불러도 주고

잘 자란 내 모습 보여도 주고

부디 잊지 말자 말해야 하는데


한 보름 동안 얼굴에 입술에

노란빛 붉은색 곱게 물들이면

너무 아름다워 짝꿍이 반길까


홀로 밤새워 낙엽 소리 듣는

늙은이의 오두막집에도 들러

귀뚜리랑 내 노래를 들려주고


그러다가 또 보름쯤 지난 뒤

고운 빛들 모두 사라지고 나면

아주 먼 곳으로 길 떠나야지


가을바람이 일러주는 대로

서러워도 떠나야만 하는 나는

낙엽 지는 떡갈나무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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