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 가는 날 -홍종흡-
보미야~ 나 보려고 먼길 와서는
따스한 정 만 가득 안겨 주고선
간다는 말도 없이 대문을 나서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니
보미야~ 가는 길에 실개천 건너
고향 산길을 돌아 들녘에 닿으면
작년 가을에 한 두럭에 심은 애들
도라지가 기다릴 거야
도라지가 아직 크지는 않았어도
동글동글 토실토실 하얀 살결에
흰색 보라색 입술 열어 피어나면
너처럼 아주 예쁠 거야
보미야~ 한 열흘만 함께 있다가
도라지꽃이 필 때 가지 않으련~?
그때에는 내 곁에 더 있겠다 해도
절대로 잡지 않을 거야
네 동생 여르미가 춤추며 온댔어
주머니마다 가득가득 토실토실~
잘 자란 애들 데리고 찾아온댔어
보미야~ 갈 테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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