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푸념 -홍종흡-
비야 비야~! 언제쯤에나 내릴 거니~?
갈라진 논바닥이 내 손바닥 같다 얘~!
앞 뜰에 심어 정성 다해 키운 감나무
시들기에 딸네 보냈는데 살았다니~?
딸년 오면 쌈이나 먹자고 해야겠다
햇보리밥에 묵은 된장 얹은 상추쌈
햇감잣국도 곁들이면 맛이 더 좋다
가물었는데도 햇감자가 들었다니~?
밤톨만큼 작아도 멸치 풋고추 넣고
껍질 채 간장에 조리면 먹을만하여
어릴 적에 누나가 곧잘 만들었는데
이렇게 더운 날 누나는 뭘 한다니~?
땀 흘려 고생만 하다가 시집가서는
잘 살지도 못하고 병 얻어 애만 쓰다
한여름 장마철에 하늘로 올랐다고
가슴에 한이 맺혀 울지도 못한다니~?
아마도 울면 가랑비 되어 내렸을 걸
햇보리밥에 상추쌈 감자조림 놓고
하늘 높이 누나가 올라간 곳을 향해
손 모아 기우제라도 올려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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