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이 가는 길 -홍종흡-
힘든 길 피해 새 길을 선택해
큰마음먹고 열심히 왔는데
도착한 곳이라는 게
지난해에 떠났던 바로 그 자리
너무 힘들어 벗어나려 했건만
어느 것 하나 이룬 게 없다
이룬 게 하나 있다면
밭고랑처럼 패인 이마 주름뿐
검은 살갗이 곱진 않았어도
군데군데 쳐져 거칠긴 해도
명주실 같은 세월을
놓치지 않으려 잡고 가는 길
그림자를 돌리는 해시계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인생길
애써 담대한 가슴인 척
체념의 긴 한 숨 내쉬는 여정
해시계처럼 혼자 가는 길을
문득 혼자가 아닌 듯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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