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무 장국 -홍종흡-
참 오랜만에 할멈이 끓여준
엄마의 손 맛처럼 아주 맛있는
가을무 쇠고기 장국
가을바람도 호 불며 맛보는 장국
6.25 사변이 끝나 가을인데도
산에도 들에도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는 모래벌판 가장자리
밭고랑 끝에 혼자 자란 가을 무
무 장국 끓이면 이 늦은 저녁에
여덟 식구 입들 행복할 것 같아
쇠고기 반 근 외상으로 끊어와
한가득 가마솥 불 지피는 엄마
둘러앉은 저녁밥상 늦었어도
무 장국에 아껴 둔 밥 한 덩이
나무 주걱으로 휘휘 한 그릇씩
두레반에 입들 바쁘게 비운 후
등 따스한 만족감에 감기는 눈
꿈속에 걷던 소풍길 천국인가
즐거운 저녁 한 끼 겨우 때우고
새벽 한기 느껴 선 잠 깨어보니
이불자락은 저만치 둘둘 감기고
열기 식은 방바닥에 알몸 된 채
새우 등 닮아 쪼그린 작은 몸매
이불자락 당겨 겨우 발끝 덮지만
또 하루가 밝아오는 새벽 찬바람
어제 남은 밥 한 덩이 또 있을까
찬밥 한 술이라도 끼니가 된다면
냉수 한 사발인 들 어찌 사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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