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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나 그만 늙고 싶네

by 홍종흡 2021. 6. 20.

 

나 그만 늙고 싶네               -홍종흡-

 

오래오래 살라는 뜻으로

국수보다는 라면이 더 길다면서

끓여 내온 컵라면

그런데 왜 반 컵만 주나

나머지 반 컵은 할멈도 오래 살고 싶단다

 

생일날 아침밥상을 받으며

라면을 먹는다는 게 처음이라

참 묘한 기분이 든다

그것도 빼앗긴 반 컵은

내 명줄의 반을 할멈이 쥐고 있는 거라니

 

점심때 아이들이 도착했다

지네들 좋아하는 크림 케잌 하나 들고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더위가 도망가는 듯하다

더 먹고 싶은데 오래 살라고 주지 않는다

 

이만큼 살았으면 충분한데

자꾸만 더 오래 살라니 고맙기는 하다만

더 늙어 움직일 수 없게 되어도

오늘처럼 오래 살라고 할 텐가

고려장이 요양원이라서 걱정할 게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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