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만 늙고 싶네 -홍종흡-
오래오래 살라는 뜻으로
국수보다는 라면이 더 길다면서
끓여 내온 컵라면
그런데 왜 반 컵만 주나
나머지 반 컵은 할멈도 오래 살고 싶단다
생일날 아침밥상을 받으며
라면을 먹는다는 게 처음이라
참 묘한 기분이 든다
그것도 빼앗긴 반 컵은
내 명줄의 반을 할멈이 쥐고 있는 거라니
점심때 아이들이 도착했다
지네들 좋아하는 크림 케잌 하나 들고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더위가 도망가는 듯하다
더 먹고 싶은데 오래 살라고 주지 않는다
이만큼 살았으면 충분한데
자꾸만 더 오래 살라니 고맙기는 하다만
더 늙어 움직일 수 없게 되어도
오늘처럼 오래 살라고 할 텐가
고려장이 요양원이라서 걱정할 게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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