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비 -홍종흡-
열흘 전만 해도 하늘 올려다보면서
매일 한 바가지만큼 만이라도
비를 뿌려달라 청했었는데
웬걸~한밤중에 쏟아부으니 기함했네
남녘 지방에 한 바탕 밤새 퍼붓고는
예까지 치받아 올라온 장맛비
온 동네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쫓기듯 서둘러 논두렁에 물꼬 트는데
밭두렁 넘어온 분홍 나팔꽃이
이제 그만 쉬라는 듯 방긋 웃어준다
엊그제 피어난 개꼬리 옥수수 꽃
한 여흘 지나면 수염도 붉게 물들겠지
소쿠리에 웃자란 상추 잎 가득 따서
보리밥에 수육 한 점 마늘된장 얹어
한 쌈 가득 할멈 입에 넣어 주곤
올 장마에도 무탈하길 소망하는 영감
손 내밀어 방긋 웃는 할멈이
나팔꽃처럼 영감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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