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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턱

by 홍종흡 2021. 8. 10.

 

가을 문턱                          -홍종흡-

 

너무 더워 계절 분간을 못하는 귀뚜라미들

가을이라 노래 부르니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아직도 한 스무날은 더 지나야 가을 맛이 날 텐데

코스모스마저도 할멈 닮아 활짝 웃고 피어났으니~

 

애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밀전병을 부치는 할멈

귀뚜라미 소리에 먼 옛날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밀전병 가슴에 벅벅 문지르다가 휙 뒤집어 놓는다

노리끼리 익어 달래간장에 찍으면 맛이 참 일품이다

 

나의 기호식품은 두부 계란 으깨어 튀겨낸 동그랑땡

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를 할멈만이 안다

늙어가며 빠져버린 신통치 않은 이빨들

그래도 할멈은 나보다 젊어 사정이 나쁘진 않다

 

젊었을 때 다짐한 게 있다

이빨 빠질 때까지만 살겠다ㅡ했는데

이미 그때가 한참이나 지났건만

어찌 된 일인지 그때의 생각이 사라졌다

 

나사를 틀어박은 이가 곧잘 잘 씹히니까

도둑놈처럼 생각이 달라졌나 보다

그러면 그렇지~ 너라고 별 수 있니?

안 죽어지는데 그냥 죽을 수도 없고~ 핑계가 좋다

 

하루하루가 외로운데도 굳이 웃어 보이는 것은

늙은이의 울적한 거짓말인걸 누가 알기나 할까

지난해처럼 뼈 마디마디 쑤시는 아픔들만이

숲을 지나오는 바람 따라 내게로 찾아올 텐데

 

잊지 않고 찾아오니 차라리 반겨줘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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