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 -홍종흡-
너무 더워 계절 분간을 못하는 귀뚜라미들
가을이라 노래 부르니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아직도 한 스무날은 더 지나야 가을 맛이 날 텐데
코스모스마저도 할멈 닮아 활짝 웃고 피어났으니~
애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밀전병을 부치는 할멈
귀뚜라미 소리에 먼 옛날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밀전병 가슴에 벅벅 문지르다가 휙 뒤집어 놓는다
노리끼리 익어 달래간장에 찍으면 맛이 참 일품이다
나의 기호식품은 두부 계란 으깨어 튀겨낸 동그랑땡
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를 할멈만이 안다
늙어가며 빠져버린 신통치 않은 이빨들
그래도 할멈은 나보다 젊어 사정이 나쁘진 않다
젊었을 때 다짐한 게 있다
이빨 빠질 때까지만 살겠다ㅡ했는데
이미 그때가 한참이나 지났건만
어찌 된 일인지 그때의 생각이 사라졌다
나사를 틀어박은 이가 곧잘 잘 씹히니까
도둑놈처럼 생각이 달라졌나 보다
그러면 그렇지~ 너라고 별 수 있니?
안 죽어지는데 그냥 죽을 수도 없고~ 핑계가 좋다
하루하루가 외로운데도 굳이 웃어 보이는 것은
늙은이의 울적한 거짓말인걸 누가 알기나 할까
지난해처럼 뼈 마디마디 쑤시는 아픔들만이
숲을 지나오는 바람 따라 내게로 찾아올 텐데
잊지 않고 찾아오니 차라리 반겨줘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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