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무궁화 -홍종흡-
이를 어쩌나~ 낭패로 세~ 낭패로구나~!
어쩌자고 예초기로 그 어린싹을 잘라버렸나
나랏일 하는 무심한 사람들아
우리의 꽃 무궁화도 모른단 말인가
작년 봄에 가로수 밑에 심은 무궁화 꽃씨
새싹이 돋아나 내년에는 꽃이 핌 직도 했건만
도로 청소한답시고 들이 댄 예초기 칼날에
속절없이 잘려나갔으니 오죽이나 아팠을까
내 잘못인 걸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바늘 꽂을 만한 땅 한 치도 없는 주제에
관청에 허락도 받지 않고 가로수 밑에
무궁화 꽃씨를 심다니~
오면 가면 빈 땅만 보면 심고 싶어지는 것은
우리의 꽃 아름다운 무궁화라네
땅마다 산마다 아파트만 짓는 잘 난 이들이여
아이들에게 보여줄 무궁화라도 한그루 심게나
세월 지나면 모두가 사라지고 마는 바람인데
그래도 남아 있을 것은 그대가 심은 나무
무궁화 밖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대의 아이들도 무궁화와 함께 영원히 살 텐데
해 떨어지기 전에 우리 함께 들로 나가
무궁화 한그루라도 더 심어 보세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