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露날의 白鷺 -홍종흡-
문밖에서 서성이는 이 누구신가?
이슬에 젖은 모습이 참 곱네그려
할멈 입던 저고리라도 내어드릴까?
할멈처럼 아담하여 잘도 맞을 거야
옛날에 엄마가 시집온 산골 내 고향
白露가 다가오니 포도도 잘 익었네
엊그제 담근 포도주 한 잔 하실 텐가?
쭈-욱 마시면 천국에 들어온 듯하지
이번엔 어머니 산소에 둘러봐야겠어
지난 장맛비에 쑥대머리가 됐을 거야
가끔씩 白鷺가 날아와 둘러보고 간대
아버지가 白鷺가 되어 오시는 걸까~?
고향 떠나온 지 육십 년~ 너무 오래됐어
모두가 낯설어 마음 둘 곳 하나 없는데
그래도 골짜기 맑은 물은 잘도 흐를 거야
이슬에 젖은 풀잎이 말라야 깎기 좋은데
석상 위에 대충 차린 주과포 술 한 잔
白鷺라도 찾아와 마시고 가면 좋겠어
그러면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실 거야
아버지가 잊지 않고 찾아오신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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