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 이빨 -홍종흡-
건건이라 이름 붙은 건 하나도 못 먹겠네
최신식 <심는 이빨>이라 해서 심었는데
먹을 때마다 한 줌씩 틀어박히니 미치겠네
예부터 희수 지나면 제 명 다 살은 게라잖아?
작년에 지났으니 원 없이 살은 셈이긴 해
정말 섭섭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라 기대도 말라는데
밑져야 본전 치기로 혼백이 있었으면 좋겠어
태어나서 내 맘대로 해본 게 하나도 없으니
혼백이 있다면 맘 놓고 맛있는 거 먹어도 되고
아프지도 억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을 테고
먼저 간 사람 만나 지난 이야기도 하고 말이야
약속 깬 그녀 만나면 다시 한번 물어도 봐야지
못난 사내라 뿌리치고 간 게 진심이었는지
잘나진 않았어도 그리 못나지도 않았구먼
우선 내일은 심은 이빨부터 빼버리고 보자
앞으로 더 산다 한들 십 년도 못 살 것을
할멈 말대로 정말 혼백이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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