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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이야기

by 홍종흡 2025. 2. 10.

 

어린 시절 나의 이야기              -홍종흡-

 

이맘때쯤 어릴 적 내 이야기 들려줄 게

5학년인 내가 바쁜들 얼마나 바쁠까마는

내 발 만한 송판에 굵은 철사로 엮어

스케이트처럼 두 발 밑에 고정시키고 

꽁꽁 얼은 논 어름판 위를 싱싱 달렸었고

 

목검을 만들어 동산에 올라 함성 지르며

아이들과 최영장군 계백장군놀이도 하고

닭장에 물과 먹이 주고 계란도 꺼내오고

청솔가지 한 짐 져 날라 군불도 때면서

감자 구워 누나와 동생이랑 먹기도 했어

 

한 달 전에 기르던 토끼가 집을 뛰쳐나가

찾지 못해 포기했는데 갈 곳이 없었는지

마루 밑으로 깊게 들어가 굴 파고 살다가

봄날에 새끼를 낳아 길러 밖으로 나오니

그 반가움ㅡ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지

 

석산네가 빌려준 벌판 모래밭 오백여 평

열예닐곱 살 된 형들과 참외를 심었는데

잘 익어서 내다 팔려고 지게에 가득 지고

퇴계원 버스종점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손님 한 사람이 잘 익었으면 사겠다면서

 

하나 깎아먹어 보곤 덜 익었다며 한 개를

더 깎아먹고, 또 덜 익었다며 또 까먹고

수없이 열 여나믄 개를 다 깎아먹고 나서

좀 덜 익어 안 사겠다면서 그냥 가버리니

형들은 말도 못 하고 저녁거리도 못 샀어

 

옥수수, 감자로 끼니를 때우며 지냈는데

어쩌나~ 고무신이 구멍 나 흙이 들어오니

산마루 넘어 기와 굽는 마을 가마터에 가

진종일 기와 날라주고 땔감으로 들여온

신발더미에서 고무신 하나 골라 신었지

 

모두가 같은 처지라서 부끄러움도 없이

살아가는 게 다 이런 거구나~ 그랬었어

그래도 공부는 잘해서 우등상은 꼭 탔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간 어린 시절을

풍요로운 요즘세상ㅡ 누가 믿어나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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