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의 소망 -홍종흡-
대로변에 서있는 나무들
더위에 지쳐 늘어졌다
장마가 남쪽에서 올라온단다
물 호스로 잎새의 먼지를 씻는다
살랑살랑 취한 듯 흔들림이
고마움의 표시인가 보다
숫자 하나가 낡은 벽에 걸려있다
월말에 넘어갈 달력 속 날짜를
대충 느낌 없이 훌터보는데
의미 있는 날짜가 보인다
내 생일날이 가로수 잎새처럼
내 눈 속으로 날아든다
그냥 지나쳐도 될 날인데
덤으로 일 년을 더 살아보니
재미도 없고 아프기만 하다
희수가 지나 할멈도 귀찮다니
이제 그만 살아도 되지~싶다
억울할 것도 서운할 것도 없다
노을빛이 내 얼굴을 물 드린다
입속에서 소망이 흘러나온다
내일이 밝아오지 않기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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