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입 아기 제비 -홍종흡-
더위 식히려 대청마루에 눕는 영감
어느새 손님들이 날아 들어와
빙글빙글 돌며 재잘재잘 묻는다
<할배~! 대들보에 집 지어도 돼요~?>
기다리던 남쪽 아이들의 반가운 소리
여인처럼 예쁘게 보이는 물 찬 제비
곱게 빗어 내린 깜장머리에
총명한 눈매ㅡ 야무진 입술이며
반질반질 잘 다려 입은 저고리에
단정하게 가슴 동여맨 하얀 치마까지도
<그래~ 집 지어도 좋다> 손 들어주면
제비 부부는 대들보에 앉아 살펴본 후
진흙을 물어와 집을 짓기 시작하길
며칠 후ㅡ조각배 닮은 집을 지어놓고는
신혼처럼 들어앉아 밑을 내려다본다
마루에 아기똥이 떨어지지 않게
제비집 밑에 널판지를 대주는 영감
잊은 듯 한 보름 지나니 참 시끄럽다
아가들이 노랑 입 벌려 어미에게 졸라댄다
<엄마~! 큰딸 장미란 여기 있어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는 즐거운 아침
홍영감이 활짝 웃으며 부탁 한마디 한다
<가짜 박씨는 여기도 많아, 그냥 와도 되니
어서어서 자라 내년에도 꼭 찾아오렴~!
노래 잘하는 윤정이도 꼭 데려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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