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화 속에 -홍종흡-
구부정한 나의 등자배기를
확 움켜쥐고 솟구치더니
검은빛 공간 어느쯤엔 가
내동댕이 치고 가는 칼바람
공간 속에서 검은빛을 타고
내 몸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예전에 와 본 듯 낯설지 않다
엄마가 물동이에 몰래 숨긴
초승달 같은 하얀 추억들을
흰 소매 걷어 휘적휘적 저어
손끝에 걸린 추억을 건져낸다
현을 긁어 뿌리는 작은 소리
살을 저며내는 비창의 음률로
용서를 구하는 아픔이 들린다
애절하게 울어대는 마지막 장
그중에는 허기진 소리도 있다
굶은 지 십 년도 넘었다는 듯
엄마의 모습이 윤슬 되어 온다
제사드린 지 사뭇 오래인 걸~
올부터는 푸짐하지는 않아도
내손으로 제사상 올려야겠다
이내 검은빛이 엷게 벗겨지니
내 모습이 탱화 속에 걸려 있다
엊그제만 해도 석고반죽으로
발등에 고통을 둘둘 감았는데
어느새 말끔히 떼어내고서는
아기처럼 송글송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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