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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 종 흡 시 인 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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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301

너는 뜨거운 바람 너는 뜨거운 바람 -홍종흡- 물 먹어 눅눅히 불어오는 바람은 네가 불어내는 입김 같았고 데일 듯 뜨겁게 안겨오는 바람은 너를 품었을 때 느낌 같았어 밤마다 흠뻑 젖은 뜨거운 열기로 아름답게 노래 불러주던 네가 어떻게 이제 와서 세월 지났다고 볼멘소리로 널 잊으라 말할 수 있니? 차마 못 잊어하는 나를 알면서 어쩌자고 바람처럼 그렇게 떠났다니? 깨알 같은 긴 사연들 모두가 나를 안심시키려 거짓으로 말한 거니? 난 소나무 껍질처럼 늙었어도 너를 향한 마음은 이렇게 늘 푸르단다 네가 다른 품에 안긴 걸 금세 알았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떠날 걸 그랬어 너는 잡을 수 없는 바람 뜨거운 바람이야~ 2021. 7. 15.
너는 뜨거운 바람 너는 뜨거운 바람 -홍종흡- 물 먹어 눅눅히 불어오는 바람은 네가 불어내는 입김을 닮고 데일 듯 뜨겁게 안겨오는 바람은 네가 전해주는 체온 같구나 밤마다 흠뻑 젖은 열기로 아름답게 노래 불러주던 너를 세월 지났다고 이제 와서 볼멘소리로 너를 잊으라 하는가 차마 못 잊어하는 걸 알면서 어쩌자고 바람처럼 가버렸는가 깨알 같은 긴 사연들 모두가 나를 안심시킨 거짓이었나 보다 난 소나무 껍질처럼 늙었어도 너를 향한 마음은 늘 이렇게 푸른데 다른 가슴에 안기는 너였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내 곁을 떠날 걸 너는 잡을 수 없는 바람 뜨거운 바람 2021. 7. 14.
견공들의 독백 견공들의 독백 -홍종흡- 내일도 우리 가슴을 베어 낼 텐가 매일매일 참고 살았네만 내일만은 우리를 내버려 두게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했는가 우리는 인정해줄 수 없네 그저 야만인으로 보일 뿐이네 우리 민족의 울부짖음을 보았는가 얼마나 더 충성을 바라나 늘 묶여 살아도 고맙다 했네 내일을 달력에서 지울 수 없겠는가 한 맺힌 초복 중복 말복날을 우리네 달력엔 그런 날이 없다네 우리는 말일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그대들과 영원히 삶을 함께하는 민족 그대들의 자식 같은 반려견이라네 우리의 희망은 그대들처럼 만물의 영장이 되는 날 한 맺힘을 풀고 반대로 그대들을 우리의 반려인으로 만드는 것일세~! 2021. 7. 10.
기다리던 비 기다리던 비 -홍종흡- 열흘 전만 해도 하늘 올려다보면서 매일 한 바가지만큼 만이라도 비를 뿌려달라 청했었는데 웬걸~한밤중에 쏟아부으니 기함했네 남녘 지방에 한 바탕 밤새 퍼붓고는 예까지 치받아 올라온 장맛비 온 동네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쫓기듯 서둘러 논두렁에 물꼬 트는데 밭두렁 넘어온 분홍 나팔꽃이 이제 그만 쉬라는 듯 방긋 웃어준다 엊그제 피어난 개꼬리 옥수수 꽃 한 여흘 지나면 수염도 붉게 물들겠지 소쿠리에 웃자란 상추 잎 가득 따서 보리밥에 수육 한 점 마늘된장 얹어 한 쌈 가득 할멈 입에 넣어 주곤 올 장마에도 무탈하길 소망하는 영감 손 내밀어 방긋 웃는 할멈이 나팔꽃처럼 영감 손을 잡는다 2021. 7. 8.
기다리던 비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7. 5.
나 그만 늙고 싶네 나 그만 늙고 싶네 -홍종흡- 오래오래 살라는 뜻으로 국수보다는 라면이 더 길다면서 끓여 내온 컵라면 그런데 왜 반 컵만 주나 나머지 반 컵은 할멈도 오래 살고 싶단다 생일날 아침밥상을 받으며 라면을 먹는다는 게 처음이라 참 묘한 기분이 든다 그것도 빼앗긴 반 컵은 내 명줄의 반을 할멈이 쥐고 있는 거라니 점심때 아이들이 도착했다 지네들 좋아하는 크림 케잌 하나 들고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더위가 도망가는 듯하다 더 먹고 싶은데 오래 살라고 주지 않는다 이만큼 살았으면 충분한데 자꾸만 더 오래 살라니 고맙기는 하다만 더 늙어 움직일 수 없게 되어도 오늘처럼 오래 살라고 할 텐가 고려장이 요양원이라서 걱정할 게 없단다 2021. 6. 20.
엄마의 하얀 노래 엄마의 하얀 노래 -홍종흡- 밝은 빛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검은빛 그것도 좋아서 마냥 뒤를 따라가 당도한 곳 그곳은- 이다음에 내가 머무를 곳이기에 싫어하면 안 되는 검은빛의 조그만 집이랍니다 매일 밤 그 검은 방에서 먼저와 나를 기다리는 하나의 하얀 얼굴을 봅니다. 엄마의 얼굴 표정 없는 하얀 얼굴에서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한이 서린 엄마의 노래를 머릿결처럼 날리는 검은빛 사이로 날아 들어오는 엄마의 하얀 노래가 내 가슴에 잔잔히 흘러 고입니다 2021. 6. 15.
빛 갚는 현충일 빚 갚는 현충일 -홍종흡- 늘 너만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나 오늘은 반대로 내가 아코디언이 될게 너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내가 되어주렴 자~ 알지? 천천히 차례대로 누르면 고향에 뜸북새 소리가 들려온단다 이어서 눌러봐-! 여동생이 오빠를 간절히 부르는 소리 같지? 52년 전 월남에서 이 노래를 자주 불렀어 오늘- 현충일이라는구나 이제는 전우들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해 이맘때 되면 늘 생각 나는 이 노래 또 누가 와서 허연 비석을 안고 울다 갈까 일 년에 겨우 하루정도 무슨 외상 빚 갚 듯 얼굴만 삐죽 내밀다가는 무심한 인사들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나 대신 아코디언이 이 노래를 불러준다 2021. 6. 6.
꿈에 본 어머니 꿈에 본 어머니 -홍종흡- 구름 사이를 지나자 먼발치로 보이는 대궐 같은 기와집 옷 보퉁이를 안고 서있는 어머니 아직도 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험상궂게 생긴 문지기가 소리 지른다 막내아들이 곧 올 거라며 사정하지만 막무가내로 밀쳐내는 문지기 앞에 초라하게 서있는 어머니의 모습 몇 날을 굶으셨나- 창백한 얼굴이다 어머니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나 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달려가 문지기에게 사정사정해 보는데도 내 모습도 내 말도 들리지 않는가 보다 나도 어서어서 옷 갈아입고 와서 어머니를 천국 안으로 모시고 싶다 임종 인사도 못 드린 크나큰 죄 사십구일 동안 곤장 백대 맞더라도~! 2021. 5. 4.
꿈에 본 어머니 꿈에 본 어머니 -홍종흡- 구름 사이를 지나자 먼발치로 보이는 대궐 같은 기와집 옷 보퉁이를 안고 서있는 어머니 아직도 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험상궂게 생긴 문지기가 소리 지른다 막내아들이 곧 올 거라며 사정하지만 막무가내로 밀쳐내는 문지기 앞에 초라하게 서있는 어머니의 모습 몇 날을 굶으셨나- 창백한 얼굴이다 어머니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나 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달려가 문지기에게 사정사정해 보는데도 내 모습도 내 말도 들리지 않는가 보다 나도 어서어서 옷 갈아입고 와서 어머니를 천국 안으로 모시고 싶다 임종 인사도 못 드린 크나큰 죄 사십구일 동안 곤장 백대 맞더라도~! 2021. 5. 3.
보미 가는 날 보미 가는 날 -홍종흡- 보미야~ 나 보려고 먼길 와서는 따스한 정 만 가득 안겨 주고선 간다는 말도 없이 대문을 나서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니 보미야~ 가는 길에 실개천 건너 고향 산길을 돌아 들녘에 닿으면 작년 가을에 한 두럭에 심은 애들 도라지가 기다릴 거야 도라지가 아직 크지는 않았어도 동글동글 토실토실 하얀 살결에 흰색 보라색 입술 열어 피어나면 너처럼 아주 예쁠 거야 보미야~ 한 열흘만 함께 있다가 도라지꽃이 필 때 가지 않으련~? 그때에는 내 곁에 더 있겠다 해도 절대로 잡지 않을 거야 네 동생 여르미가 춤추며 온댔어 주머니마다 가득가득 토실토실~ 잘 자란 애들 데리고 찾아온댔어 보미야~ 갈 테면 가~! 2021. 4. 24.
꽃잎 편지 꽃잎 편지 -홍종흡-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에는 늘 그녀에게 답장을 쓰려고 하는데 글자로 쓰기엔 사뭇 거북하여 이렇게 꽃잎으로 써 보내려 한다 진달래 꽃잎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함이고 목련 꽃잎은 둘만의 공간에서 행복했던 시간들이란 이야기지 라일락 꽃잎은 우리 아이가 생겨 온 천지가 축복해 줬다는 뜻이고 백합 꽃잎은 아이들이 짝을 찾아 행복한 삶의 길을 떠났다는 거야 할미꽃 잎은 이제 우리가 할 일 다 했음을 핏빛으로 보여줌이고 붉은 모란 꽃잎은 더 늦기 전에 여행이라도 떠난다는 이야기지 그러다가 코스모스 피는 날에는 하늘 끝 우주로 날아간다는 거야 이렇게 꽃잎 답장을 보내고 싶다 봄바람에 실려온 그녀의 편지에~. 2021. 4. 18.
나의 꽃길 나의 꽃길 -홍종흡- 살아가는 나의 길 평탄한 쉬운 길 아닌데도 정들어 보낼 수 없어 함께 가는 길 아무리 살아봐도 내 앞에 꽃길은 없는 것을 무슨 염치로 꽃길 나오길 바랬나 바람 같은 세월에 너울처럼 꽃비 머리에 얹고 주름진 미소로 행복을 담아 온 길 따스한 참사랑이 발끝에 꽃잎처럼 날아가고 가는 길이 차마 꽃길이 아니라도 난 더 바라지않아 내 손잡고 늘 함께 걸어주면 아파도 이 길이 나의 꽃길인 것을~. 2021. 4. 3.
꽃길바라기 꽃길 바라기 -홍종흡- 살아가는 나의 길 아름다운 길이 아닌데도 정이라며 함께 가자~따라온 사람 아무리 더 가봐도 내 앞에 꽃길은 없는 것을 무슨 염치로 꽃길 바라기가 되었나 바람 같은 세월에 너울처럼 꽃비 머리에 얹고 주름진 미소로 행복을 담아낸 정 따스한 참사랑이 발끝에 꽃잎처럼 흩어져도 가는 길이 진정 꽃길이 아니어도 난 더 바랄 것 없네 내 손잡고 늘 함께 걸어주면 아파도 이 길이 나의 꽃길인 것을~. 2021. 4. 3.
봄의 소리 봄의 소리 -홍종흡- 산 골짜기 물에서 댓돌 틈 사이 민들레꽃에서 뒷곁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꿀벌들의 집에서 봄의 소리가 들려온다 젊었던 시절에는 가물가물 전화기 속에서 오랜만에 배달된 손편지에서 봄의 음성이 사연들이 방울방울 꽃잎처럼 피었었는데 올봄에는 하나라도 나에게 전해오는 소식 봄의 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긴 세월이 지났기에 이제는 미움도 모두 사라졌을 텐데 불현듯 그리워진다 해마다 들려오던 봄 소리였는데도 올봄에 더 그리워지는 것은 아직도 젊음이 남아있어 첫사랑이 그리운가 보다 2021. 3. 24.
나의 진달래 나의 진달래 -홍종흡- 이맘때만 되면 동산에는 나를 기다려 피는 꽃이 있다 일 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나를 기다리는 사람 천사처럼 피어나는 꽃이 있다 찾아오지 못한 송구한 마음으로 머뭇거려 이제야 왔음을 말해도 고마운 듯 그저 웃을 뿐 말없이 내 얼굴만 바라보는 꽃 차가운 바람에 두 뺨이 얼었는지 핏기 어린 붉은 입술 열고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한 열흘만이라도 함께 있자는 꽃 간절한 부탁 차마 거절 못하고 손 잡아 가슴에 꼭- 안아보는 아름다운 꽃 나의 진달래- 2021. 3. 21.
봄맞이 꽃망울들 봄맞이 꽃망울들 -홍종흡- 봄 눈 날리 듯 이슬 내리더니 삼단 머리 고운 눈썹에 매달려 낭군 기다리는 연인처럼 입술 내밀어 방긋 웃는 꽃망울들 꽃샘바람에 이끌려 나왔는가 진달래도 개나리도 망울망울 아기 눈처럼 나오는데 봄볕은 골짜기마다 새싹 돋우고 연못가에 올라 짝을 찾는 물오리들의 봄노래 합창에 맞춰 달래 냉이 할미꽃도 모두 나와 아지랑이 손잡고 춤추는데 엄마가 그리운 아이의 눈 속에는 늘 엄마의 얼굴이 꽃눈처럼 안개꽃 피어나듯 망울망울 이슬방울 흘려 봄맞이한다 2021. 3. 8.
엄마의 꽃 매화나무 엄마의 꽃 매화나무 -홍종흡- 엊그제 마지막 겨울 눈인 듯 하얀 모자를 씌워주고 가는 인연 임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차가운데 그래도 정이라~ 북녘 바람이 매화 입술에 입맞춤해 준 정분으로 송골송골 솜털 꽃눈에 사랑빛이 돋는다 불현듯 엄마가 보고 싶은 늙은 그리움 이맘때면 늘 매화꽃으로 찾아오는데 이번엔 누나도 같이 오면 더 반갑겠다 아주아주 오랜 옛날~ 엄마의 나무라며 아버지가 심어 준 매화나무에서는 엄마의 꽃이 하얗게 붉게 피어난다 하얀 꽃은 자식들 걱정으로 피는 꽃이고 붉은 꽃은 맏아들 잃은 슬픔에 서러워 밤새워 울다가 토해낸 피로 물든 꽃인데 삼십 리 밖에서 달려오는 날 선 소리는 이른 새벽에 엄마의 가슴을 울리는 심술쟁이 꽃샘바람의 소리란다 2021. 2. 21.
엄마의 꽃 매화나무 엄마의 꽃 매화나무 -홍종흡- 엊그제 마지막 겨울 눈인 듯 하얀 모자를 씌워주고 가는 인연 임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차가운데 그래도 정이라~ 북녘 바람이 매화 입술에 입맞춤해 준 정분으로 송골송골 솜털 꽃눈에 사랑빛이 돋는다 불현듯 엄마가 보고 싶은 늙은 그리움 이맘때면 늘 매화꽃으로 찾아오는데 이번엔 누나도 같이 오면 더 반갑겠다 아주아주 오랜 옛날~ 엄마의 나무라며 아버지가 심어 준 매화나무에서는 엄마의 꽃이 하얗게 붉게 피어난다 하얀 꽃은 자식들 걱정으로 피는 꽃이고 붉은 꽃은 맏아들 잃은 슬픔에 서러워 밤새워 울다가 토해낸 피로 물든 꽃인데 삼십 리 밖에서 달려오는 날 선 소리는 이른 새벽에 엄마의 가슴을 울리는 심술쟁이 꽃샘바람의 소리란다 2021. 2. 20.
겨울밤 군불 겨울밤 군불 -홍종흡- 무릎까지 차 오르는 눈 덮인 겨울밤 조그만 오두막 집에 누나랑 여동생과 사는 사내아이 군불이라도 지펴 넣으려 뒷산에 올라 솔 가지 몇 개 묶어 내려와 매운 연기 후후 불어 군불 지핀 날 허기진 뱃속 꿈에서라도 맘 껏 먹을까 눈감고 까만 오솔길 꼬리 이어 소풍 가 듯 뛰다가 걷다가 첫 닭 울음소리에 부스스 선잠 깨어나 식어버린 방바닥을 다시 덮이려 아궁이를 휘저어 본다 조금씩 살아나는 불꽃 아궁이 앞에서 따스한 온기에 젖어 앉은 채 잠이 드는 열세 살 사내아이 아마도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시방 엄마꿈을 꾸나보다 두 번째 닭 울음소리만 스쳐 지나간다 2021. 2. 1.
겨울밤 군불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 29.